축구
[차붐의 13-14 분데스리가 프리뷰①] “손흥민, 내 기록 뛰어넘을 선수”
독일 축구 분데스리가 2013~2014 시즌이 10일 개막한다. 요즘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리그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등 독일의 두 팀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졌다. 평균 관중은 4만명이 넘는다. 수원 삼성-FC서울전 같은 라이벌전이 매주 전국 9개 구장에서 열린다고 보면 된다. 손흥민(21·레버쿠젠),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박주호(26·마인츠)가 뛰고 있어 한국 팬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주영(28·아스널)이 독일 진출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30여년 전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볐던 차범근 (60)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손흥민, 내 젊은 시절 보는 것 같아내가 뛰었던 레버쿠젠에 손흥민이 입단해서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르겠다. 손흥민의 새 둥지인 레버쿠젠은 과거 아우크스부르크처럼 1·2부리그를 오가던 팀이었다. 1988년 UEFA컵 우승을 기점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와 팬들 모두 한국 선수에 호감이 있어 팀을 잘 택한 것 같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역사상 최고 이적료 1000만 유로(150억원)를 기록했다. 난 1983년 이탈리아 AC밀란과 나폴리 대신 130만 마르크에 레버쿠젠을 택했다(당시 특A급 선수 이적료가 100만 마르크).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 겹쳐서 떠오른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향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 있다. 돌파력과 슈팅력도 갖췄다. 단, 나는 1/3은 골, 1/3은 도움, 1/3은 찬스를 만드는 선수였다. 손흥민은 동료들을 활용하는 미트 스필(mit spiel)은 좀 더 보완해야 한다. 리오넬 메시(26·바르셀로나)처럼 자기가 잘하면서 남도 살려줘야한다. 난 27살에 독일로 건너갔고 마지막 3~4년은 미드필더로 뛰었다. 흥민이는 젊고 분데스리가에 계속 남는다면 내 기록(독일 분데스리가 308경기·98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자철아 주호야 마이스터가 되어라구자철은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해도 어울릴 것이다. 구자철은 2선 공격수로서 순간순간 침투해 들어가 골을 넣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마인츠로 이적을 고민중이라고 하는데, 우선 현재 주어진 곳에서 당당히 경쟁하고 이겨내야 한다. 다른 팀으로 간다고해서 내가 원하는 자리가 생기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경쟁력을 갖추면, 어딜 가도 기회가 생긴다. 박주호는 외국 선수인 만큼 자기만의 색깔을 더 내야한다. 크로스가 날카롭든지 움직임이 끈적끈적하다든지, 감독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매력이 필요하다. 독일은 국가 자체가 원칙 주의를 중시한다. 어느 분야든 마이스터(Meister·장인)가 있다. 축구에서도 포지션별 마이스터를 요구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무거운 분위기와 공기가 사람의 기를 죽인다. 나도 그랬고, 독일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도 그랬다고 하더라. 손흥민과 구자철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정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3.08.09 09:43